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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의 자리에서 순종의 자리로

사도행전 10장 20절​일어나 내려가서 그들과 함께 가되 아무 의심도 하지 말라 내가 그들을 보내었음이라 하시니라 ​해석의 자리에서 순종의 자리로20261016 여전히 지붕 위에서 환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성령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일어나 내려가서 그들과 함께 가되 아무 의심도 하지 말라 내가 그들을 보내었음이라 하시니라"(20). 환상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던 베드로에게 성령은 찾아온 사람과 함께 동행할 것을 명령하십니다. 때때로 해석과 이해는 모호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신앙의 길은 순종을 전제로 한 행동입니다. ​문화인류학에서 경계성 연구로 잘 알려진 빅터 터너는 경계를 문턱(liminality)라 규정했습니다. 이를 역치성이라고 말하는데, 안과 밖의 중간 단계로서 새로..

한 구절 묵상 2026.10.16

다 이해되지 않을 때의 신앙

사도행전 10장 19절​베드로가 그 환상을 생각하고 있을 때에 성령이 이르시되 마침 세 사람이 너를 찾노니 다 이해되지 않을 때의 신앙20261015 ​밖에서 베드로를 찾는 음성에 대해서 성령이 개입하셨습니다. "베드로가 그 환상을 생각하고 있을 때에 성령이 이르시되 마침 세 사람이 너를 찾노니"(19). 사도행전은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설명하면서 상황을 이끌어가시는 성령을 주도권을 보여줍니다. 환상에 대해 아직 이해가 되지 않은 베드로인데, 이해보다 앞서 몸이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 이해되지 않아도, 별다른 깨달음이 없어도 몸을 써야 합니다. ​장석주 시인의 은 참 깊은 사유의 힘을 보여줍니다. ​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

한 구절 묵상 2026.10.15

내 이름이 불리는 곳

사도행전 10장 18절불러 묻되 시몬이라 하는 베드로가 여기 유숙하느냐 하니 내 이름이 불리는 곳20261014 환상의 뜻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베드로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불러 묻되 시몬이라 하는 베드로가 여기 유숙하느냐"(18). 안과 밖의 경계에서 이름을 부르는 곳은 밖이었습니다. 경계를 넘어서는 일이 드디어 현실에서 나타납니다. 내 이름을 부르는 곳으로 나아가는 일이 필요합니다.​타자의 철학으로 알려진 자크 데리다는 에서 환대와 적대의 공존과 역설을 설명합니다. 라틴어 hospes는 주인, 혹은 찾아온 손님을 말하는데, 이 말이 적을 뜻하는 hostis와 어원이 같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어원적으로 환대라는 말이 그 반대편인 적대감과 뿌리를 같이 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한 구절 묵상 2026.10.14

말씀과 현실의 간격

사도행전 10장 17절베드로가 본 환상이 무슨 뜻인가 하여 마음에 의혹하더니 마침 고넬료가 보낸 사람들이 시몬의 집을 찾아 문 앞에 서서 말씀과 현실의 간격20261013 베드로에게 보여주신 환상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떤 맥락도, 사건도 베드로는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베드로가 본 환상이 무슨 뜻인가 하여 마음에 의혹하더니 마침 고넬료가 보낸 사람들이 시몬의 집을 찾아 문 앞에 서서"(17). 환상이 은혜로운 사건이지만 그 자체로 삶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베드로가 이 환상의 뜻을 알고 삶의 변화와 이방인의 복음으로 결실하기 까지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말씀과 현실의 이 간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아포리아'라는 말은 길이 없다는 고대 그리스 철학의 용어입니다...

한 구절 묵상 2026.10.13

설득하시는 하나님

사도행전 10장 16절​이 일이 세 번 있은 후 그 그릇이 곧 하늘로 올려 가더라 설득하시는 하나님20261012 하늘에서 내려온 그릇의 환상은 세 번이나 반복되었습니다. "이 일이 세 번 있은 후 그 그릇이 곧 하늘로 올려 가더라"(15). 환상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세 번이나 반복되었다는 것은 인간의 완고한 편견과 그것을 기다리시고 설득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사회적 낙인에 대해서 연구한 일리노이 공대 패트릭 코리건 교수는, 서구 사회의 사회적 편견은 기술과 시대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퇴보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렇게 된 핵심에는 미디어의 편향적 보도가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이것은 대중매체가 사회적 편견을 구성하면 많은 이들이 그렇게 따라가는, 일종의 미디어 권력 형태가 존재한다는 ..

한 구절 묵상 2026.10.12

누가 기준인가?

사도행전 10장 15절또 두 번째 소리가 있으되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 하더라 누가 기준인가?20261009 자신은 속된 짐승을 먹을 수 없다며 거절하는 베드로에게 하늘의 음성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또 두 번째 소리가 있으되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 하더라"(15). 하나님은 이미 깨끗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기준이 새롭게 선언되었습니다. 남은 것은 나의 순종입니다. ​윌리엄 서머셋 몸의 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취직을 하지 않으려는 래리와 그것을 따지는 이사벨이 다투기 시작합니다. '왜 취직을 안 하겠다는 거야?' '왜냐고? 나는 돈에 관심이 없어.' 아마도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 같아 보입니다. 이런 말싸움 끝에 래리는 이사벨에게..

한 구절 묵상 2026.10.09

나의 가장 큰 적은 나

사도행전 10장 14절​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그럴 수 없나이다 속되고 깨끗하지 아니한 것을 내가 결고 먹지 아니하였나이다 나의 가장 큰 적은 나20261008 각종 짐승을 잡아 먹으라는 하늘의 음성에 베드로는 기겁을 하며 거절합니다. "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그럴 수 없나이다 속되고 깨끗하지 아니한 것을 내가 결코 먹지 아니하였나이다"(14). 유대인이라면, 율법이 정한 정결과 부정결의 경계를 몸으로, 사회와 문화로 자연스럽게 익혔을 것입니다. 그렇게 형성된 나 자신이 오히려 복음의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개리 마커스의 는 진화를 기반으로 한 인간이해를 말합니다. 클루지라는 뜻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해결책이라는 뜻인데, 이런 방식이 빈번하게 반복되면서 익숙해져 버린, 그러나 실..

한 구절 묵상 2026.10.08

사랑이 되어가는 과정

사도행전 10장 13절​또 소리가 있으되 베드로야 일어나 잡아 먹어라 하거늘 사랑이 되어가는 과정20261007 하늘에서 내려온 큰 보자기 같은 그릇에는 온갖 짐승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있는 베드로에게 하늘의 음성이 들립니다. "또 소리가 있으되 베드로야 일어나 잡아 먹어라 하거늘"(13). 정결과 부정결을 금쪽처럼 지켜오던 유대인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명령입니다. 그런데 사랑이 이렇습니다. 자기를 헐어버리고 나서야 사랑이 됩니다. 십자가의 사랑처럼 말입니다.​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의 문장을 엮은 에는 똥물에 빠진 친구를 꺼내는 방법이 나옵니다. "친구가 똥물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바깥에 선 채 욕을 하거나 비난의 말을 하기 쉽습니다. 대개 다 그렇게 하며 살고 있어요. 그럴 때 우리는 같이 ..

한 구절 묵상 2026.10.07

차별과 구별의 차이

사도행전 10장 12절그 안에는 땅에 있는 각종 네 발 가진 짐승과 기는 것과 공중에 나는 것들이 있더라 차별과 구별의 차이20261002 환상 중에 베드로의 눈앞에 펼쳐진 보지가 깉은 그릇에는 온갖 짐승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땅에 있는 각종 네 발 가진 짐승과 기는 것과 공중에 나는 것들이 있더라"(12). 혼돈일까요? 혼란이었을까요? 그릇 안에는 정결과 부정결이 경계 없이 섞여 있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만드신 세계라면, 우리 신앙인은 어떻게 받아내야 할까요?​의 저자 팀 하포트는 인간을 완벽하게 만들어줄 새로운 기술들이 오히려 인간을 병들게 하거나 인간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진단합니다. 단편적인 예가 바로 인터넷과 SNS입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세계를 하나도 만든 이 기술이 이제는..

한 구절 묵상 2026.10.02

개벽. 하늘이 열리다

사도행전 10장 11절하늘이 열리며 한 그릇이 내려오는 것을 보니 큰 보자기 같고 네 귀를 매어 땅에 드리웠더라 개벽. 하늘이 열리다20260930 베드로에게 임한 환상은 하늘이 열리고 내려온 그릇이었습니다. "하늘이 열리며 한 그릇이 내려오는 것을 보니 큰 보자기 같고 네 귀를 매어 땅에 드리웠더라"(11) 하늘이 열린다는 표현이 놀랍습니다. 이것이 환상이어서가 아니라, 기존의 질서를 전복시키는 하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개벽, 말 그대로 새로운 하늘 뜻이 베드로에게 임합니다.​​레비나스의 '타자성'은 이미 잘 알려진 개념입니다. 레비나스는 타자의 얼굴을 마주할 때 비로소 나의 자기중심성을 깨닫는다고 말했습니다. 너를 통해 나를 깨닫기에, 타자 없는 나는 온전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자기중심성, 즉..

한 구절 묵상 20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