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869

나의 가장 큰 적은 나

사도행전 10장 14절​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그럴 수 없나이다 속되고 깨끗하지 아니한 것을 내가 결고 먹지 아니하였나이다 나의 가장 큰 적은 나20261008 각종 짐승을 잡아 먹으라는 하늘의 음성에 베드로는 기겁을 하며 거절합니다. "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그럴 수 없나이다 속되고 깨끗하지 아니한 것을 내가 결코 먹지 아니하였나이다"(14). 유대인이라면, 율법이 정한 정결과 부정결의 경계를 몸으로, 사회와 문화로 자연스럽게 익혔을 것입니다. 그렇게 형성된 나 자신이 오히려 복음의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개리 마커스의 는 진화를 기반으로 한 인간이해를 말합니다. 클루지라는 뜻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해결책이라는 뜻인데, 이런 방식이 빈번하게 반복되면서 익숙해져 버린, 그러나 실..

사랑이 되어가는 과정

사도행전 10장 13절​또 소리가 있으되 베드로야 일어나 잡아 먹어라 하거늘 사랑이 되어가는 과정20261007 하늘에서 내려온 큰 보자기 같은 그릇에는 온갖 짐승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있는 베드로에게 하늘의 음성이 들립니다. "또 소리가 있으되 베드로야 일어나 잡아 먹어라 하거늘"(13). 정결과 부정결을 금쪽처럼 지켜오던 유대인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명령입니다. 그런데 사랑이 이렇습니다. 자기를 헐어버리고 나서야 사랑이 됩니다. 십자가의 사랑처럼 말입니다.​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의 문장을 엮은 에는 똥물에 빠진 친구를 꺼내는 방법이 나옵니다. "친구가 똥물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바깥에 선 채 욕을 하거나 비난의 말을 하기 쉽습니다. 대개 다 그렇게 하며 살고 있어요. 그럴 때 우리는 같이 ..

한 구절 묵상 2026.10.07

차별과 구별의 차이

사도행전 10장 12절그 안에는 땅에 있는 각종 네 발 가진 짐승과 기는 것과 공중에 나는 것들이 있더라 차별과 구별의 차이20261002 환상 중에 베드로의 눈앞에 펼쳐진 보지가 깉은 그릇에는 온갖 짐승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땅에 있는 각종 네 발 가진 짐승과 기는 것과 공중에 나는 것들이 있더라"(12). 혼돈일까요? 혼란이었을까요? 그릇 안에는 정결과 부정결이 경계 없이 섞여 있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만드신 세계라면, 우리 신앙인은 어떻게 받아내야 할까요?​의 저자 팀 하포트는 인간을 완벽하게 만들어줄 새로운 기술들이 오히려 인간을 병들게 하거나 인간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진단합니다. 단편적인 예가 바로 인터넷과 SNS입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세계를 하나도 만든 이 기술이 이제는..

한 구절 묵상 2026.10.02

개벽. 하늘이 열리다

사도행전 10장 11절하늘이 열리며 한 그릇이 내려오는 것을 보니 큰 보자기 같고 네 귀를 매어 땅에 드리웠더라 개벽. 하늘이 열리다20260930 베드로에게 임한 환상은 하늘이 열리고 내려온 그릇이었습니다. "하늘이 열리며 한 그릇이 내려오는 것을 보니 큰 보자기 같고 네 귀를 매어 땅에 드리웠더라"(11) 하늘이 열린다는 표현이 놀랍습니다. 이것이 환상이어서가 아니라, 기존의 질서를 전복시키는 하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개벽, 말 그대로 새로운 하늘 뜻이 베드로에게 임합니다.​​레비나스의 '타자성'은 이미 잘 알려진 개념입니다. 레비나스는 타자의 얼굴을 마주할 때 비로소 나의 자기중심성을 깨닫는다고 말했습니다. 너를 통해 나를 깨닫기에, 타자 없는 나는 온전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자기중심성, 즉..

한 구절 묵상 2026.09.30

가장 약해진 순간에 성장한다

사도행전 10장 10절그가 시장하여 먹고자 하매 사람들이 준비할 때에 황홀한 중에 가장 약해진 순간에 성장한다20260929 기도하러 지붕에 올라간 베드로에게 황홀경의 환상이 임합니다. 그런데 그 상황을 담아내는 사도행전의 설명이 의미심장합니다. "그가 시장하여 먹고자 하매 사람들이 준비할 때에 황홀한 중에"(10) 시장하다는 것은 매우 굶주린 상태를 뜻합니다. 무언가를 채우지 않으면 안될 그때, 이 결핍의 틈새로 거룩한 환상이 임합니다. ​예전에 갑각류가 탈피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작은 대게였는데, 허물을 벗기 위해 온 몸을 흔들어 힘겹게 빠져나옵니다. 영상의 설명은 빠져나온 그 순간이 제일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아직 단단해지지 않은 껍데기여서 외부 공격에 가장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

한 구절 묵상 2026.09.29

섭리의 교차점

사도행전 10장 9절이틑날 그들이 길을 가다가 그 성에 가까이 갔을 그 때에 베드로가 기도하려고 지붕에 올라가니 그 시각은 제 육 시더라 섭리의 교차점20260928 고넬료가 보낸 사람들이 욥바에 가까이 왔을 때, 베드로는 기도하러 지붕에 올라 갔습니다. "이튿날 그들이 길을 가다가 그 성에 가까이 있을 그 때에 베드로가 기도하려고 지붕에 올라가니 그 시각은 제 육 시더라"(9). 수평의 이동과 수직의 이동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이방과 유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구원의 축이 바뀌는 교차점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신형철 평론가는 에서 "나의 편향을 교정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타자를 향한 최소한의 윤리"라고 썼습니다. 자기만의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려는 자체가 비윤리적이라는 말입니다. 다문화..

한 구절 묵상 2026.09.28

시작이 빨라야 하는 이유

사도행전 10장 7절마침 말하던 천사가 떠나매 고넬료가 집안 하인 둘과 부하 가운데 경건한 사람 하나를 불러 시작이 빨라야 하는 이유20260923 환상 중에 찾아왔던 천사가 떠나자 고넬료는 즉시 움직입니다. "마침 말하던 천사가 떠나매 고넬료가 집안 하인 둘과 부하 가운데 경건한 사람 하나를 불러"(7). 고넬료의 행동에는 머뭇거림이 없습니다. 계시와 순종 사이의 즉시성이 그의 성품과 신앙을 설명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시도와 시작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말입니다. 일단 시작하면 일은 어떻게든 풀리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작이 느리고 시도를 어려워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결정적인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실패에 대한 불안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귀찮음입니다. 그리..

한 구절 묵상 2026.09.23

성전의 사람으로 살아가기

사도행전 10장 6절그는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유숙하니 그 집은 해변에 있다 하더라 성전의 사람으로 살아가기20260922 베드로를 청하라고 명령한 하나님의 사자는 찾아가야 할 장소와 위치를 매우 자세히 알려 줍니다. "그는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유숙하니 그 집은 해변에 있다 하더라"(6). 이 내용만 보면 완전히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같아 보입니다. 욥바가 항구도시로서 무역이 활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난감한 정보입니다. 따라서 이 내용은 위치보다는 의미를 담아내는 것 같습니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인문지리학의 거장 이-푸 투안은 그의 책 에서 매우 유명한 구절을 남겼습니다. "공간에 우리의 경험과 삶, 애착이 녹아들 때 그곳은 장소가 된다." 그는 공간과 장소를 구분합니다. 이 구분의 기준이 의..

한 구절 묵상 2026.09.22

누군가의 베드로가 되기를

사도행전 10장 5절​네가 지금 사람들을 욥바에 보내어 베드로라 하는 시몬을 청하라 누군가의 베드로가 되기를20260921 하나님의 사자는 고넬료에게 베드로를 불러올 것을 명령합니다. "네가 지금 사람들을 욥바에 보내어 베드로라 하는 시몬을 청하라"(5). 왜 하나님의 사자는 직접 회심과 성령의 세례를 주는 것이 아닌, 굳이 베드로를 통해서 이방인 선교의 문을 열려고 하는 것일까요? 이유를 정학하게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방인 고넬료는 베드로를 만나야 했다는 점입니다. 하나님은 사울에게 아나니아를, 고넬료에게 베드로를 만나게 하셨습니다. 이것이 복음이 전파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성경이 증언하는 초기 신앙공동체의 흐름이나 복음이 전파되고 확장되었던 교회사의 맥락에서 볼 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한 구절 묵상 2026.09.21

하나님이 기억하시는 사람

사도행전 10장 4절고넬료가 주목하여 보고 두려워 이르되 주여 무슨 일이니이까 천사가 이르되 네 기도와 구제가 하나님 앞에 상달되어 기억하신 바가 되었으니 하나님이 기억하시는 사람20260918 기도하는 중에 천사의 환상을 본 고넬료는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임한 말씀은 위로와 격려였습니다. "천사가 이르되 네 기도와 구제가 하나님 앞에 기억하신 바가 되었으니"(4b). 기억한다는 말의 뜻은 기념물입니다. 구약 제사의 소제물을 뜻하는 말로, 하나님이 고넬료의 삶을 향기로운 제물로 받으셨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이 기억해 주시는 이 삶이야 말로 성도의 모범이라 하겠습니다.​기독교 신앙의 오해 중 하나는 기복주의와 공로주의입니다. 복을 구한다는 뜻의 기복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신앙의 전부로..

한 구절 묵상 2026.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