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25 출애굽기 14장 2절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돌이켜 바다와 믹돌 사이의 비하히롯 앞 곧 바알스본 맞으편 바닷가에 장막을 치게 하라

돌아선 길
20260318
광야의 걸음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인간적인 판단이 무력해지는 순간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비하히롯입니다.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돌이켜 바다와 믹돌 사이의 비하히롯 앞 곧 바알스본 맞으편 바닷가에 장막을 치게 하라”(2). 이곳은 바닷가, 즉 막다른 길입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곳으로 하나님이 이끄셨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지도를 보고 있지 않아 출애굽 여정이 눈에 확실하게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출애굽기는 중요한 설명들을 빼놓지 않고 알려줍니다. 이집트를 나와 숙곳에 이르렀고, 그 다음에는 동쪽을 향해 곧장 나아가 에담까지 갔습니다. 에담은 호루스의 물길이라 불렀던 이집트 국경수비대의 운하입니다. 더 나아갈 곳이 없던 무리를 하나님은 돌이켜서 비하히롯으로 인도하셨는데,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성경은 이곳을 홍해 앞으로 설명합니다. 물길과 국경수비대를 뚫고 나아갈 수 없어 돌이킨 곳이 홍해 앞이었다는 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이집트 군대가 추격한다면 앞뒤로 막혀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납득할 수 없는 장소입니다. 단서는 이곳으로 이끄신 분이 하나님이라는 점입니다. 해서 말씀의 핵심은 “돌이키다”에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방향전환이 아니었습니다. 히브리 성경에서 ‘돌이키다’(shub)는 삶의 축이 이동하고 완전히 전복되는 사건을 가리킵니다. 가야할 곳으로 돌아가는 행위, 즉 구원으로 돌이키는 행위를 뜻합니다. 하나님께서 출애굽 무리를 에담에서 비하히롯으로 돌이키신 것은,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의지하던 계산과 가능성의 길을 끊고 하나님만이 답이 되는 구원으로 이끄신 것입니다. 이 돌이킴 앞에서 이스라엘은 더 이상 자기 판단만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곳에서 인간의 길은 끝나고 하나님의 길이 시작됩니다. 성경이 말하는 돌이킴은 은혜의 방향을 향합니다. 막다른 골목은 실패가 아니라 하나님의 개입이 시작되는 자리입니다.
출애굽의 길은 우리에게 ‘돌이킴’을 요구합니다. 대속의 은혜를 경험한 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애굽의 방식, 그러니까 철저한 계획과 계산, 자기 확신과 속도에 기대어 살고자 합니다. 이런 나의 계획에 하나님이 좀 도움이 되기를, 능력이 되기를 구합니다. 이렇게 신앙의 명분으로 하나님을 도구화시켜버립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종종 비하히롯으로 이끄십니다. 계획이 무너지는 곳, 더 이상 나아갈 곳도, 돌아갈 곳도 없는 자리에 세우시고는 요구하십니다. 나의 길에서 하나님의 길로 돌아서라고 부르십니다. 출애굽의 길은 이런 돌이킴의 반복입니다. 해서 비효율적이고 느린 걸음이며, 깎아내고 덜어내는 여정입니다. 하나님만이 답이 되도록 이끄시는 거친 사랑의 동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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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질문
1. 출애굽기 14장 2~4절을 찾아 당시의 상황과 하나님의 계획을, 이스라엘의 순종을 읽어보세요.
2. 막다른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나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습니까? 막막한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