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구절 묵상

경계를 넘는 사람들

목사wannabe 2026. 3. 13. 05:25


사순절 21 출애굽기 12장 38절

수많은 잡족과 양과 소와 심히 많은 가축이 그들과 함께 하였으며

 

 

경계를 넘는 사람들

20260313

출애굽의 첫 발걸음을 걸었을 때 이스라엘은 단일 민족이 아니었습니다. 출애굽기는 하피루들의 이동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수많은 잡족과 양과 소와 심히 많은 가축이 그들과 함께 하였으며”(38). 잡족이라는 말에 담긴 의미가 중요합니다.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광야의 걸음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걷는 길이었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끝까지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빠름을 덕목으로 여기는 우리 시대와 문화는 혼자 빨리 가면 1등이라고 여깁니다. 고독한 1등을 칭송하면서 정점이 감내해야 할 외로움을 포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2차원적 그림을 보는 것처럼 단편적입니다. 외로운 정점은 고립에 가깝습니다. 홀로 우뚝 선 존재(독립)는 진짜 혼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독립은 스스로 건강하면서 동시에 너와 함께 하는 것을 무거워하지 않는 기꺼운 동행이기도 합니다. 출애굽 사건은 이집트를 탈출하는 첫걸음에서부터 이 의미를 강조합니다. 출애굽 한 이스라엘은 단일 민족이었을까요? 역사적으로나 성경적으로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힉소스로 불린 이들은 셈족 계열의 이주민들 연합체였습니다. 이집트 원주민이라 하는 테베 왕조가 나일 동편에서 시작한 힉소스 왕조를 몰아냈을 때, 그들은 노역과 통제의 대상이 된 집단으로 전락합니다. 이렇게 몰락한 힉소스는 훗날 하피루라고 불리는데, 하피루는 특정 민족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하층민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었습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노동자, 용병, 피난민이나 도망자들이 하피루로 불렸고, 제국은 필요에 따라 이들을 통제하면서 제국의 공역을 부과했습니다. 고집스러운 파라오로 인해 열 가지 재앙이 이집트를 때렸고 결국 파라오는 모세의 요구를 승낙합니다. 드디어 제국의 경계를 넘어 출애굽 합니다. 그 사람들을 출애굽기는 “수많은 잡족”이라 했습니다. 출애굽 이스라엘은 아브라함의 자손만이 아닌 하피루라는 다양한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들을 하나로 묶어서 함께 걷게 하셨는데, 이것을 넓은 의미로는 열방에 대한 복음적 선교를, 작은 의미로는 우리네 삶의 공동체성을 의미합니다. 출애굽기는 밀려난 이들을 출애굽 서사의 중심으로 배치합니다. 하나님의 구원은 혈통과 경계를 넘어 모든 민족을 건지시는 광대한 사랑입니다. 이 사랑이 크고 넓어 나에게까지 이르렀습니다. 나도 잡족 안에 있는 존재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나아갑니다. 서로를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다름을 존중하는 함께로, 해서 제국의 획일적 통일이 아닌, 서로의 조화로 구원을 이뤄갑니다.

 

출애굽한 하나님의 백성은 선을 긋고 차별하는 혐오가 아니라, 다양한 이들을 하늘 뜻으로 받아내고 품어가는 신앙 연합의 공동체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을 사는 나도, 우리도 서로를 기꺼이 품고 함께 걷는 공동체 정신을 놓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너를 밀어내고 잃어버린 곳에 천국은 없습니다. 하나님은 그 오래전부터 함께 걷게 하셨고, 서로를 돌보게 하셨기에, 우리의 오늘도 그래야 하겠습니다. 경계를 긋는 차별자가 아닌, 경계를 넘어서고 함께하는 우리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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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질문 
1. 출애굽하는 사람들을 성경은 “수많은 잡족”이라 했습니다. 이 말의 뜻이 무엇입니까?

2.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함께 가라는 말처럼, 너와 나는 함께 가야 하는 삶의 동반자입니다. 내가 이 마음으로 받고 품으며 섬겨야 할 구체적인 대상은 누구입니까? 실제로 어떻게 섬기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