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40일 묵상 : 출애굽의 길] 07_ 출애굽기 1장 7절
이스라엘 자손은 생육하고 불어나 번성하고 매우 강하여 온 땅에 가득하게 되었더라

조용한 번성
20260225
요셉 이후에 이스라엘 자손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땅 고센에서 점점 더 강성해졌습니다. 출애굽기는 그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은 생육하고 불어나 번성하고 매우 강하여 온 땅에 가득하게 되었더라”(7). 이 구절은 단순히 그들이 잘살았다, 많아졌다는 게 아닙니다. 이는 창세기의 창조 사명에 대한 결과 보고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하나님의 뜻을 세워갑니다.
이집트 고대 역사 중 제2중간기에 등장한 힉소스 왕조는 전통적인 이집트 토착 왕조가 아니라, 메소포타미아와 레반트 지역에서 이동해 온 아시아계 집단이 주축인 신흥 왕조였습니다. 그들은 혼란스럽고 척박했던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떠나, 살기 좋은 이집트로 이주해 왔습니다. 이때 그저 몸만 왔던 것이 아니라, 청동기 문명의 기술과 행정 감각, 국제교류의 경험을 지니고 나일 삼각주 주변에 정착했습니다. 거기가 바로 고센 땅, 힉소스 왕조가 시작된 아바리스입니다. 머물던 자들이 다스리는 자들로 변해간 역사적 정황이 요셉 이야기를 이해하는 배경이라 하겠습니다. 요셉은 이방인이었지만 받아들여졌고, 그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합니다. 7년 대기근을 통해 이집트의 행정과 권력구조를 재편하고 위기에서 오히려 안정적인 국가로 발돋움합니다. 이런 요셉을 근간으로 이스라엘 자손들이 번성했습니다. 출애굽기는 창세기의 언어를 빌려서 그들이 생육하고 불어나 번성하여 온 땅에 가득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창세기의 창조 사명을 닮은 이 구절은 단순히 사회학적 인구 증가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이집트 역사 속에서 실제로 목격된 이주민의 번성을 배경으로 성경은, 하나님의 백성이 어떻게 세상이라는 타자의 땅에서 번성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조용히 번성했습니다. 지배자의 논리나 정치적 혁명이 아닌, 창조의 사명에 따라 하나님의 뜻 안에서 자라나고 성장합니다. 땅을 돌보고 창조의 질서를 세워가는 사명자로 살았던 것입니다. 고대 근동의 도시와 나라들이 전쟁과 정복을 일삼으며 생명을 짓밟고 있었던 그때, 이집트 변방의 고센에서는 창조의 사명으로 조용하게 번성하는 이들이 있었다고, 이것이 사명자의 삶이며 결과라고 출애굽기는 증언합니다.
창조의 사명과 그 결과로써 조용한 번성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명자로 보내셨습니다. 가정으로 보내셨고 일터와 일상적 관계들로, 또한 신앙공동체로 보내셨습니다. 보냄받은 곳에서 해야 할 것은 판단과 정죄, 지적과 비판이 아닙니다. 결국 그런 것들은 자기중심성의 다른 표출일 뿐이어서, 하나님을 말하면서도 시끄러운 갈등과 불편한 감정으로 흩어짐을 낳고 맙니다. 이러면 출애굽은커녕 당장의 생존이 문제가 되고 말 것입니다. 창조의 사명, 돌보고 섬기는 사랑의 일을 예수님은 십자가로 보여주셨습니다. 자기를 내어주어 너를 살리는 것, 이것이 자기만을 채우려는 타자의 땅에서 내가 감당해야 할 오늘날의 출애굽이 아닐까요? 출애굽은 하루아침에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뜻 안에서 조용한 번성으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십자가로 살아가는 나의 헌신과 내어줌으로 조용한 번성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말씀 질문
1. 출애굽기 1장 7절의 생육하거 번성했다는 설명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2. 내가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은 사명자로서 감당해야 할 십자가 사랑은 무엇일까요? 구체적인 사랑의 섬김을 고민하고 기도하며 실천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