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장 8절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사도행전 1장 8절
예수 믿는 실력
하나님 나라와 성령의 약속을 전하신 예수님은 마지막 말씀을 남기시고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8) 성령이 임하면 권능이 부어집니다. 이때 권능이란 현실을 뛰어넘는 초월적이고 신비한 능력을 뜻하지 않습니다. 성령의 권능은 증인으로 살게 하시는 담대한 마음, 순교해도 굴하지 않는 신앙의 용기를 말합니다.
<신들과 함께>를 쓴 이상환 목사는 정말 애매한 성경의 개념을 정말 편안한 현대 언어와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탁월한 저자입니다. <신들과 함께>는 구약의 배경이 되는 고대 근동의 다신 개념을 바탕으로 출애굽과 모세, 그리고 이스라엘과 약속하시는 유일신 야훼 신앙을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다신 개념이 지금의 교회에서는 단지 미신과 우상으로 그저 가볍게 치부되곤 하지만, 성경의 상황에서는 매우 중요한 신앙적 배경입니다. 해서 다신 사상을 올바로 이해하지 않고는 유일신 신앙의 핵심 역시 가볍게 여기고 맙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고대 근동의 다신 사상은 지역신입니다. 범위와 범주에 갇히고 인간보다 조금 더 초능력이 있는, 그런 존재로 등장합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나 마블 영화에 나오는 천둥의 신 토르, 악한 신 타노스처럼 말입니다. 그런 신들은 각각의 특징적인 능력이 있어 그것을 무기로 싸우기도 하고 심지어 싸우다가 죽기도 합니다. 신이 피를 흘리고 죽는다? 이게 다신 사상에서는 보편적 개념입니다. 사람보다 월등히 뛰어나지만 전능할 수는 없는 존재를 신이라고 여겼던 것입니다. 이런 개념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것이 유일신-초월적 야훼 신앙이었습니다. 야훼는 지역을 넘어 가는 곳마다 승리합니다. 강이 갈라지고 해가 멈춥니다. 신상을 부수고 하늘에서 먹을 것을 내려줍니다. 이런 이야기의 절정이 야훼의 아들 구원자 예수에게로 집약됩니다. 구약의 놀라운 사건들처럼 예수님도 병을 고치고 하늘의 만나처럼 수많은 사람을 먹이십니다. 그런 주님이 하신 마지막 약속이 바로 성령인데, 주님은 성령이 임하면 권능을 받는다 하셨습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8a). 성경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구절 중 하나가 바로 이 구절입니다. 그런데 정작 뜻은 잘 모릅니다. 마치 신들의 세상, 다신 사상처럼 권능이 임하면 신비하고 초월적인 능력이 생길 것을 기대합니다. 문제가 뻥뻥 뚫리고 가난이 금새 해결되고 풍요해진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여전히 신들의 세상을 벗어나지 못한 우리네 신앙 현실입니다. 물론 신비한 일들, 치유와 기적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것은 권능의 전부가 아니라 극히 일부, 정말 특수하고 특정한 일들입니다. 주님이 마지막으로 남기신 이 말씀에서 권능이란, 이어지는 내용을 볼 때, 증인이 되게 하시는 용기를 뜻합니다. 물 위를 걸어서 증인이 되는 게 아닙니다. 높은 직책을 얻고 성공해서 증인이 되는 게 아닙니다. 사도행전이 보여주는 것처럼 증인이란, 사자 밥이 되면서도 주를 고백하는 용기, 핍박을 받고 수치를 당해도 십자가를 전하는 담대한 마음입니다. 순교자의 삶이, 사도들의 삶이, 초기 신앙공동체와 가정교회의 현실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복음을 붙잡고 살아내는 것, 쉽게 포기하지 않으며 오히려 찬송하고, 짓이겨지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신앙의 기백을 내세우는 것, 이것이 바로 예수 믿는 실력입니다.
실력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늘날 교회의 문제는 예수에 대해 무지해서가 아니라 예수 믿는 실력이 없어서 생기는 위기입니다. 돈 앞에 믿음이 상대가 안 됩니다. 이득과 권력 앞에 도대체 용기가 없습니다. 이러니 타협하고 변질되는 게 교회의 실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기억하십시오. 성령의 권능은 돈과 권력, 계산과 자존심에 대해서, 즐김과 쾌락에 대해서 용감하게 나 자신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담대하게 거절하고 욕망을 인내하는 것, 올곧게 섬김을 책임지는 것, 이런 것들이 바로 성령의 권능이며, 이런 삶을 통해 복음의 증인이 되는 것입니다. 해서 오늘도 권능을 구하십시오. 예수 믿는 실력을 구하십시오. 잘 되는 게 아니라, 올바를 수 있도록 말입니다. 타협하지 않되 따뜻하고 선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