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당하는 존재
출애굽기 3장 12절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으리라 네가 그 백성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낸 후에 너희가 이 산에서 하나님을 섬기리니 이것이 내가 너를 보낸 증거니라

설득당하는 존재
20260306
출애굽기 3, 4장은 40년의 방황 속에서 사명까지 잃어버린 모세와 그런 모세를 끈질기게 설득하는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미디안 광야에서 삶의 주도권을 다 잃고 오로지 순응하는 삶을 살던 모세에게 하나님은 약속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으리라”(12a). 하나님은 끝내 모세를 붙잡으셨고 결국 모세는 하나님께 설득당하고 맙니다. 그의 순종이 이렇습니다.
순종을 대단한 결단과 자발적 헌신이라고 여기며, 나는 감히 그러지 못하니 순종하지 못한다고 핑계하는 말들을 종종 듣습니다. 이는 순종에 대한 오해인데, 순종이 기쁨으로 내어드리는 헌신이기도 하지만, 더 많은 경우 성경이 보여주는 순종은 하나님의 뜻 앞에서 자기 의로움이 다 부서지고 깨져, 막다른 곳에서 엎드린 자기 포기로 나타납니다. 하나님 앞에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는 죄인의 애통함만을 가진 사람, 전적으로 하나님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자에게 하나님은 그 이름의 영광을 허락하셨습니다. 모세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모세의 이름과 고고학적 역사를 유추할 때, 모세는 이집트 제국의 절정이라 평가하는 신왕국 제18왕조를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18왕조는 실제로 귀족과 지방 토호들, 그리고 주변국 왕가의 자녀들을 데려와 이집트식 교육을 시행했습니다. 모세 역시 그러한 체계 속에서 길러졌을 것입니다. 공주의 아들로 자라며 제국의 질서를 배우고 내면화한 인물이 바로 모세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미디안 광야에서의 또 다른 40년은 이제까지 모세를 빚어낸 모든 것을 비우고 지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비우고 비우다 그는 이집트의 생활 양식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도 잃어버렸습니다. 구원자의 사명과 기대, 자신에 대한 신뢰까지, 미디안 광야를 오가며 메마르고 마모되고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랬기에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도 나는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자기를 부인하는 그를 하나님은 끝까지 설득하셨습니다. 강제하거나 억지로 하지 않으셨습니다. 긴 대화로, 여러 번 모세를 설득하셨고, 무엇보다 약속하셨습니다.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으리라.” 비워내고 지워버리다 자기 자신까지도 잃어버린 사람, 모세. 그랬기에 그에게는 하나님의 말씀과 약속이 머물 자리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잘 준비되어서 순종한 게 아니라, 약속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나서야 순종하게 된 것입니다. 그 말씀 외에 다른 답은 없기에 설득당한 것입니다. 붙잡고 의지할 다른 게 있다면 하지 못했을 순종입니다. 나의 작음을 애통해하며, 나의 의지로는 감당할 수 없어 내어드린 마음이었습니다. 우리가 되찾아야 할 마음이 이러한 순종입니다. 설득당할 수밖에 없는 순종입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낮은 마음을 찾으십니다. 내 생각이 이래서, 내 경험이 저래서 하는 것들은 지금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가로막기 십상입니다. 아무리 그럴싸해도 그건 내 계획과 판단이지, 순종이 아닙니다. 모세의 순종은 자기의 배움, 자격, 심지어 인생의 목적까지도 다 잃은 자리에서 담아낸 오직 하나였습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모세 같은 마음을 찾으십니다. 하나님께 설득될 한 사람, 끝내 순종밖에 없어서 하나님과 함께할 그 한 사람을 찾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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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질문
1. 모세에게 주신 하나님의 약속이 무엇입니까? 왜 하나님은 이 약속을 주셨을까요?
2. 나의 순종과 모세의 순종은 어떻게 다른지 스스로를 관찰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