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신 곳에 있는 것
사도행전 5장 20절
가서 성전에 서서 이 생명의 말씀을 다 백성에게 말하라 하매

보내신 곳에 있는 것
20251113
성전 권력자들에 의해 성전 지하 감옥에 갇힌 사도들에게 주의 사자가 찾아와 풀어 줍니다. 그런데 그 후의 상황이 애매합니다. "가서 성전에 서서 이 생명의 말씀을 다 백성에게 말하라 하매"(20). 이해 되지 않는 명령입니다. 멀리 도망쳐도 모자랄 판에 성전으로 다시 가면 또 붙잡힐 것입니다. 그런데도 사도들은 순종합니다. 보내신 곳에 있는 것이 복이기 때문입니다.
<그곳이 하나님의 자리입니다>는 코로나 기간 동안 독일 카셀 한인교회를 섬기면서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한 본질을 탐구하며 쓴 홍성훈 목사님의 36개 목회서신입니다. 교회라는 울타리가 무너졌을 때 신자는 어떻게 하나님을 예배하고 공동체를 이루어 가야 하는지 깊이 숙고한 책이라 하겠습니다. 저자는 교회에 올 수 없었던 상황에서도 "바로 그곳"이 하나님을 만나는 자리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누군가의 도움, 그러니까 종교전문가의 해설이나 안내가 없이도 충만하게 경험하는 아버지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성도와 하나님의 직접적인 관계가 신앙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어디라도 예배이며 거기가 벧엘입니다. 중요한 것은 정말 그렇게 믿고 순종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초대 교회의 신앙 공동체는 어딜 가든 부활의 복음을 전했습니다. 예수 이름으로 병이 낫고 가난이 해결됐습니다. 이를 시기한 성전 권력자들은 사도들을 잡아 지하 감옥에 투옥했는데, 신비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 밤에 천사가 나타나 사도들을 풀어준 것입니다. 정말 놀라운 기적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천사는 사도들에게 다시 성전으로 갈 것을 말했기 때문입니다. "가서 성전에 서서 이 생명의 말씀을 다 백성에게 말하라 하매"(20). 다시 성전으로 돌아간다면 또 붙잡힐 것입니다. 다시 감옥으로 오고 말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풀어주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말씀입니다. 그 밤에 신비한 능력으로 감옥에서 나오게 한 것은 빨리 도망쳐서 예루살렘 바깥에서 더 큰 무리를 이루고, 예수를 따르는 자들을 시급하게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래야 종교 기득권들이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그래야 안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확실한 증거가 되는 게 아닐까요? 우리 생각은 이럴 수 있는데, 하나님의 섭리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주의 사자는 단호하게 명령합니다. 성전에 가서 다시 말씀을 전하라고 말입니다. 이 말씀에 사도들은 기꺼이 순종합니다. 그리고 결국 다시 붙잡힙니다. 도대체 앞뒤로 따져 보아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말씀과 상황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보내신 곳에 있는 것이 복입니다. 거기가 하나님의 자리입니다. 보내셨다면 그곳에서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모세는 마른 산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출애굽 백성은 광야가 교회였습니다. 야곱은 쫓기던 강가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요셉은 하나님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있던 곳마다 하나님 앞에서 살았습니다. 해서 나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나를 보내신 곳에서 나는 하나님 앞에 있습니까?
보내신 곳에 있는 것이 순종이고 거기에서 하나님을 구하는 것이 예배입니다. 우리 몫은 불평과 원망이 아니라 주어진 현실에서 거룩하게 구별되는 것 뿐입니다. 십자가의 순종으로 형벌과 죽음을 부활로 바꿔내신 주님처럼 말입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상황, 장소, 관계를 하나님의 것으로 품어내는 믿음이어야 하겠습니다. 그 어디나 하늘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