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구절 묵상

기적은 없어도 환하다

목사wannabe 2025. 6. 19. 05:49

 

 

사도행전 2장 3절

​마치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들이 그들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하나씩 임하여 있더니

 

 

사도행전 2장 3절

기적은 없지만 환하다

 
 

바람과 더불어 사도행전이 보여주는 성령 임재는 불의 이미지도 있습니다. "마치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들이 그들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하나씩 임하여 있더니"(3) 바람이 촉각과 청각 적 이미지였다면 불은 시각적 이미지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하신 주님의 말씀처럼, 성령의 충만한 임재로 복음의 증인들이 세상을 밝힐 것입니다. 사도행전은 이제 시작합니다

성경에서 불 이미지는 하나님의 임재, 그리고 성막과 제단을 관통합니다. 불 붙은 떨기나무로 모세를 부르신 일, 물을 끼얹은 제단에 불이 임했던 갈멜살의 엘리야 에피소드 역시 그렇습니다. 소돔과 고모라에 내린 심판의 불, 죄를 대속하는 번제단의 꺼지지 않는 불은 죄에 대한 심판과 정결, 구원하심에 대한 하나님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런 신앙 전통의 이미지를 이어받아 누가-행전의 저자는 세례 요한의 심판 메시지로부터 시작해 오순절 성령 임재로 연결합니다. "마치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들이 그들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하나씩 임하여 있더니"(3). 불이라고 해서 뜨거움을 연상하기 쉬워 마치 성령 받으면 열정적이고 끓어오르는 어떤 상태가 되어야 하는 것처럼 오해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이어지는 방언과 연결해서, 오랫동안 교회는 뜨겁게 기도하고 알 수 없는 말을 쏟아내는 것을 성령 체험이라고 착각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만,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정답은 아닙니다. 오히려 성경 저자의 이 표현은 죄로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성령의 사람을 드러내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불의 혀 같은 것이 각 사람에게 임했습니다. 초점이 여기입니다. 각 사람에게 성령이 임한 것. 특정한 어느 누구, 대단한 어떤 사람이 아니라 각 사람에게 임했고, 이 각 사람은 다양한 언어(방언)으로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복음 증거의 역사가 이렇게,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하는 사람들로부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 주님이 약속하신 성령의 권능이 복음 증거로 드러날 것입니다. 이를 어떤 초자연적이고 신비한 일들로 기대하기도 하지만, 가장 정확한 성령의 권능은 담대한 복음 증거입니다. 사도행전은 세상을 밝히는 복음의 등불로 성령의 사람을 보여주고 그들이 전하는 신앙 고백을 들려줄 것입니다. 고난에 굴하지 않는 부활 신앙 공동체를 드러낼 것입니다. 성령 임재에 대한 이러한 이해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동안 교회가 그러했듯, 성령 임재를 초능력이나 열성적인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기억하십시오. 어둠을 밝히는 불은 대단해 보이는 기적,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신비한 어떤 것들이 아닙니다. 사도행전이 보여주는 것처럼, 핍박 속에서도 복음을 고백하고 십자가로 살아가는 꿋꿋한 성도들을 통해서 입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 시대를 밝히는 것은 크고 좋은 교회 건물, 화려한 무대와 세련된 시스템이 아닙니다. 그런 것들이 복음의 도구가 될 수는 있겠지만 필수는 아닙니다. 오히려 일상의 무수한 선택에 대해 올곧게 신앙적 선택을 하는 것, 자빠질 고난 중에도 삶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진중하게 짊어지는 성실함, 더 나은 자기가 되고자 날마다 말씀과 기도, 찬양과 섬김으로 하루를 빚어가는 태도를 통해서 입니다. 너를 대함에 있어 차별이나 비교가 아닌, 한결같은 다정함을 통해서 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성령 안에서 밝음으로 드러나십시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기분대로 살지 말고 이끄심대로만 사십시오. 그럴 때 우리 각자의 자리가 나로 인해 좀 더 밝아지고 그것이 바로 세상의 빛입니다. 기적은 없어도 환할 것입니다. 가장 놀라운 기적은 이렇게 변화된 나입니다. 성령이 나를 만져주실 것입니다. 불처럼.